심 청 전 (沈淸傳) - 미 상 - |
줄거리 황주 도화동에 심학규라는 사람이 살았는데, 소년시절에 그만 눈이 멀었다. 그러나 그의 부인 곽씨는 현숙하여 마을 사람들이 모두 칭찬하였다. 그들 슬하에 혈육이 없어 기자정성을 하여 딸 심청을 낳았다. 그러나 곽씨 부인은 청을 낳은 후 몸조리를 잘못하여 죽고 만다. 마을 사람들은 부인의 인품을 기려 장례를 치러주며, 젖동냥을 다니는 심봉사를 측은히 여겨 청에게 젖을 먹여준다. 심청은 잔병 없이 성장하여 육칠 세가 되자 아버지를 앞에서 인도하기에 이르고, 십일 세가 되자 인물과 효행이 인근에 자자할 정도이다. 십오 세에 이르러서는 길쌈과 삯바느질로 아버지를 극진히 공양한다. 심청이 인물이 뛰어나고 재질이 비범하여, 장승상 부인은 청을 수양딸로 삼고자 하나 청은 아버지를 생각하고 거절한다. 어느날 늦게까지 돌아오지 않는 딸을 마중나간 심봉사는 개천에 빠져 허우적거리게 된다. 이때 그곳을 지나던 몽은사 화주승이 그를 구해주고, 공양미 삼백 석을 시주하면 눈을 뜰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해준다. 심봉사는 눈을 뜰 수 있다는 말에 앞뒤 가릴 겨를도 없이 공양미 삼백 석을 시주하겠다고 약속을 한다. 이후 심봉사는 자신의 어리석은 약속으로 고민을 한다. 이를 알아차린 청은 남경 상인들에게 자신의 몸을 판다. 청은 인당수의 제물이 되는 대가로 받은 공양미 삼백 석을 몽은사로 시주하고, 아버지에게는 장승상댁의 수양딸로 가게 되었다고 거짓말을 한다. 배가 떠나는 날이 되자 청은 승상 부인을 찾아가서 작별 인사를 하고 아버지에게 하직 인사를 한다. 뒤늦게 전후 사정을 알게 된 심학규는 원통해 하지만 별 수가 없었다. 인당수에 당도한 남경 상인들은 제를 올리고, 청은 마지막으로 아버지를 걱정하면서 인당수에 뛰어든다. 바닷속에서 청은 용궁으로 모셔지며, 후한 대접을 받고 꿈에도 그리던 어머니 곽씨 부인을 만난다. 꿈 같은 용궁생활을 하다가 청은 연꽃을 타고 인간계에 나온다. 남경 상인들은 중국으로 가서 큰 이익을 보고 귀국하던 도중에 바다에 떠 있는 연꽃을 발견한다. 그 연꽃을 건져서 상처한 송의 천자에게 이를 바친다. 천자는 매우 기뻐하며 그 꽃 속에서 나온 청을 황후로 맞아 대례를 치룬다. 청은 행복한 가운데도 아버지의 일이 걱정이 되어 전후 사정을 말하며, 천자는 맹인 잔치를 벌이게 된다. 뺑덕 어멈과 같이 살던 심봉사는 잔치 소문을 듣고 애써 노자를 마련하여 황성으로 떠난다. 도중에 뺑덕어멈의 농간으로 노자를 다 잃어 버리는 등 우여곡절을 겪으며 겨우 상경한 심봉사는 맹인 잔치에서 황후가 된 심청을 만나 눈을 뜨고 부원군에 제수된다. |
감상 및 해설 작자와 연대를 알 수 없는 판소리계 소설로, 고대소설 가운데 <춘향전>과 더불어 가장 많은 독자를 확보하고 있으며, 가장 많이 연구된 작품이기도 하다. 이야기의 골격은 크게 전반부가 현실 세계의 이야기로 문제를 제기하는 부분이라면, 후반부는 환상세계의 이야기로 문제를 해결하는 부분이다. 전반부는 부모에 대한 효성이라는 사회윤리적 가치가 중심축이고, 후반부는 심봉사가 광명을 얻는 환상적인 이야기로 인신공희를 모티프로 하고 있다. 전반부와 후반부가 서로 반대되는 성격을 보이고 있어서 대칭구조적 성격을 지닌 것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또한 심청이 고향을 떠나 인당수를 거쳐 황성으로 들어간 점에서 통과의례의 과정을 보여주는 작품으로도 평가된다. 이 작품은 사람을 제물로 바치던 원시신앙이 오랜 시일을 두고 변형되어 조선후기 판소리계 소설로 정착되었던 것 같다. 죽음과 환생을 인과율로 묶어, 행·불행의 순환을 보여줌으로써 한국적 의식과 정서에 바탕을 두었다고 하겠다. 아무튼 효라는 교훈을 목적으로 한 소설이기에 효행설화가 중심이 되고, 여기에 인신공희의 영웅설화가 가미되어 긴장과 흥미를 더해주고 있다. 또한, 현실적 고난을 유교 윤리의 긍정을 통해 해결하려는 심청의 시련은 비장한 것이며 뺑덕 어미와 세속화된 심봉사의 골계스런 행위는 매우 현실적이다. 그리고 내용상 비극적으로 구성되어 있으면서도 분위기는 시종 희극적인 면을 보여주는 것도 이 작품의 큰 특징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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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점정리
시간적 - 중국 송나라 말년, 심청의 출생에서부터 부귀영화를 누리기까지의 시기
발단 : 심청의 출생과 성장 과정 전개 : 아버지를 정성껏 봉양하던 심청이 공양미 삼백석에 몸을 팔게 됨. 위기 : 심청이 인당수에 몸을 던짐. 절정 : 물에 빠진 심청이 구출되어 황후가 됨. 결말 : 맹인 잔치가 열려 부녀가 상봉하고 심봉사는 눈을 뜨게 됨.
⑴ 심청 → 효성이 지극한 여성으로, 선한 사람을 대표하는 전형적 인물임 ⑵ 심학규 → 본래 선한 양반이지만, 앞을 보지 못하여 이웃과 딸의 신세를 지면서, 결국 딸의 희생 을 유도하는 인물. ⑶ 뺑덕어멈 → 심청이 인당수에 빠져 죽고 새로 맞은 심학규의 처로, 악한 인물을 대표하는 인물임.
불교의 윤회사상 및 인과응보 도교 사상도 일부 유입
지은 설화(일명 연권녀 설화), <삼국유사>의 '빈녀 양모'와 '거타지 설화', 전남 '성덕산 관음사 연기설화에 나오는'홍장(洪莊)처녀 이야기' 등이 있다.
(* 심봉사는 누대 명문가로서 가세의 몰락과 더불어 앞을 못보게 된 사람이다. 즉 심봉사는 신분제의 동요와 붕괴 과정에서 사회 경제적으로 몰락한 무능하고 빈곤한 계층의 모습을 표상하는 인물로서, 이러한 심봉사의 불우하고 구차한 처지가 심청이의 희생을 통해 다시 회복되는 것으로 되어 있다는 점에서는 이 작품의 주제를 '자기 희생의 가치와 의미'로 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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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보기 1. <심청전>의 희극성에 대해 논하여 보자. ⇒<심청전>에서 희극성이 가장 잘 드러나는 부분은 심 봉사와 뺑덕 어미의 행위와 갈등이라 할 수 있다. 심 봉사는 딸을 사지(死地)에 보내 놓고는 돈으로 인해 공연히 마음이 헤퍼지는 범속하기 짝이 없는 인물로 전화하고 만다. 심청이 보인 비극적 행위에 비하면 심 봉사의 행위는 희극적인데, 사실은 이것이 화폐가 위력을 발휘하기 시작한 당대 서민의 모습이기도 한 것이다. 이는 화폐 경제로부터 겪는 여러가지 괴로움을 '웃음'으로 극복해 보려는 당대 민중의 진솔한 자기 표현이기도 하다. 판소리계 소설에서 잘 드러나는 '웃음'의 의미는 삶의 포기가 아니라 삶에 대한 더욱 더 구체적인 문제제기이다.
2. <심청전>의 사상적 배경에 대해 알아보자. ⇒ 이 작품은 효를 최대의 덕목으로 강조한다는 면에서는 유교적이고, 화주승을 통해 부처의 신통력을 내세운다는 면에서는 불교적이며, 옥황상제와 선궁, 선녀 등이 등장해서 심청을 소생시킨다는 면에서는 도교적이라 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이들 외래적 사상의 밑바탕에는 고유의 민간신앙이 자리잡고 있다. 장님인 심봉사가 제의적 행위를 통해서 눈을 뜰 수 있다고 믿는다든지, 뱃사람들이 인간을 제물로 바쳐 제사를 지낸다든지 하는 등의 행위가 이를 증명해 준다.
3. <심청전>의 비극과 희극의 대칭적 구조에 대해 알아보자. ⇒ 이 작품은 심청이 희생물로 인당수에 투신한 사건을 중심축으로 할 때, 전반부와 후반부의 상황이 상대적이다. 전반부에서 심청은 현실적, 세속적 분위기에서 비천한 신분으로 살다가 부친과 이별하는 비극적 인물이다. 그러나 후반부의 심청은 환상적, 초현실적 분위기에서 고귀한 신분으로 살면서 부친과 상봉하는 행복한 인물이다. 이러한 변화는 오로지 심청이 인당수에 몸을 던짐으로써 성취된 것인데, 심청의 투신은 세속적 인간의 자기 부정이라 할 수 있다. 심청은 자기 부정을 통해 새로운 세상에 고귀한 신분으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곰이 웅녀로 다시 태어나 환웅과 혼인한 것처럼, 심청이 인당수에 투신한 것은, 어른으로 재생하여 혼례를 치르기 위한 통과 제례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4. 심청이의 역할을 다각도에서 분석해 보자. ⇒ 아버지를 위하여 자신을 희생하는 효녀로서, 남경 선인들에게는 용왕제의 제물로서, 자신은 착한 행실로 고귀한 인물과 혼인하게 되는 여인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역할들은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고, 항해의 안전을 도모해 주고, 자신의 신분을 고귀하게 하는 등, 갈등 상황을 해소시키는 요소로 작용한다. 그래서 심청의 역할을 한 마디로 표현하는 화해자의 역할이라고 할 수 있다.
5. 심청전의 근원설화로 <거타지 설화>를 드는 이유를 말해 보자. ⇒ 처녀(심청, 서해 신의 딸)가 꽃으로 변하였다가 다시 인간으로 귀환한다는 화소, 그리고 수로 만 리의 안전한 항해를 위해 사람(심청, 거타지)을 제물로 바치고 그 결과 무사히 목적지까지 갔다는 인신공희의 화소 등이 바로 그것이다. 물론, <심청전>의 주제의식인 '효'에 관련된 내용이 거타지 설화에는 전혀 없으며, 거타지(악마를 퇴치하는 영웅)와 같은 영웅이 <심청전>에는 없다는 데서 차이점도 드러난다. 그러나 설화가 소설로 정착되거나 차용되면서 변형을 일으킨다는 일반적 원리를 생각할 때, <심청전>의 한 근원설화로서 '거타지 설화'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