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밀꽃 필 무렵 (1936) - 이효석 - |
◆ 소설 읽기 |
[줄거리] |
여름장이란 별 재미가 없어 해가 중천인데 벌써 파장이다. 허생원과 조선달은 짐을 챙겨 충주집으로 향한다. 조선달이 동이 녀석이 여자를 후리고 있다고 말하니, 허생원은 까닭모를 화가 치민다. 허생원은 계집과는 인연이 멀었다. 그런데 어린 동이가 여자와 놀아나는 것에 괜스레 화가 치민 것이다. 동이를 한 대 갈겨 내쫓아 버렸다. 그러고 나니 별 대꾸없이 물러가는 동이에게 한편 미안한 생각을 가진다. 잠시 후 동이가 와서, 나귀가 바를 끊고 야단이라고 말해주는 걸 보고 동이의 착한 마음을 읽는다. 어린아이들이 또 장난을 쳤다 생각하고 달려간다. 그러나 나귀놈이 제풀에 암샘을 내서 그런 것이었다. 이윽고 세사람은 대화장을 향해 저녁 길을 떠난다. 허생원은 이 봉평장을 빼놓은 적이 없다. 고향을 떠나 장돌뱅이로 떠돌면서도 장에서 장으로 가는 아름다운 강산이 그의 고향이었다. 한때 돈을 벌기도 했지만, 투전으로 다 날리고 다시 장을 떠돌게 되었다. 그런 그는 여자와는 인연이 멀었지만, 그래도 꼭 한 번의 일을 잊을 수는 없었다. 또 그 이야기를 조선달에게 하려는 것이다. 그는 달밤의 분위기에 젖어 그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렇게 달빛이 흐드러진 밤, 목욕을 위해 옷을 벗으러 물레방앗간에 들어갔다가 울고 있는 성씨 처녀를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둘은 정을 통했고, 다음 날 처녀의 가족들은 어디론가 떠나고 말았다는 얘기다. 허생원은 여전히 그 일을 잊지를 못한다. 길을 가면서 허생원은 동이에게 충주집에서의 일을 사과한다. 동이는 제천에서 아버지없이 태어났고, 어머니는 쫓겨났다는 말을 한다. 어머니는 이후 술집을 했고 의부와 함께 살았지만 망나니 같은 의부를 떠나 장을 떠돈다고 말해 준다. 그리고 어머니의 고향은 봉평이라는 것도 듣게 된다. 허생원이 물을 건너다가 물에 빠지자, 동이가 건져 업는다. 등 위에서 어머니가 아비를 찾지 않더냐고 물어보니, 늘 만나고 싶어한다는 말과 어머니를 자기가 가을쯤에 모셔 온다는 말도 동이로부터 듣는다. 다시 길을 떠난다. 허생원은 내일 대화장을 보고는 제천행을 하겠다고 말한다. 동이의 채찍이 왼손에 들려있음을 보고 허생원은 놀란다. 걸음은 가벼웠고, 달은 어지간히 기운 밤이었다. |
[인물의 성격] |
◆ 허생원 → 과거에 집착해 사는 고독하고 비현실적이고 낭만적인 인물 ◆ 조선달 → 삶의 현실적 측면을 상기하여 낭만적 분위기를 깨는 적극적이고 합리적 인물 ◆ 동이 → 젊은 혈기와 순수한 인간성을 소유한 젊은이. 허생원의 친자일 가능성이 있는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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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 단계] |
● 발단 - 장터에서 전을 거두는 인물들 ● 전개 - 충주집에서 일어난 사건, 대화장으로 가는 도중에 들려주는 허생원의 추억담 ● 절정 - 동이의 지나온 삶에 대한 이야기 ● 결말 - 동이와 허생원의 혈육관계 암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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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와 감상] |
이효석의 대표적인 단편일 뿐 아니라 한국의 가장 우수한 단편 소설의 하나라고 지적될 만큼 이효석의 문학 세계가 잘 응축되어진 작품으로 순박한 인간상이 잘 나타나 있다. 이 작품은 허생원이라는 과거의 추억 속에서 살아가는 장돌뱅이 영감과 서로 입장이 비슷한 장돌뱅이 조선달, 동이 세 사람이 봉평장에서 대화장까지 달밤의 길을 같이 걸어가면서 전개되는 하룻밤의 이야기이다. 허생원이 삶의 의미를 확인할 수 잇는 유일한 추억으로, 그가 젊은 시절에 성씨 처녀와 맺은 하룻밤의 로맨스가 중요한 삽화로 드러나는데, 이 옛 로맨스의 회고담은 소금을 뿌린 듯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달밤의 메밀밭을 배경으로 예술성 짙은 이미지를 나타낸다. 그 이미지가 형성하는 서정성에 세 사람은 자연과의 일체감을 이루며, 허생원은 개울을 건너며 자기와 똑같은 왼손잡이 혈육까지 만나게 된다. 또한 허생원에게 있어 나귀는 생명과 같은 존재이며, 그의 분신과 같은 의미를 갖는다. 허생원과 나귀는 인간과 짐승의 관계가 아니라 일심동체를 이루는 관계로써, 주체와 객체 사이의 완벽한 정서적 융합을 이루고 있다. 이렇듯 이 작품은 등장인물을 자연적 배경 속에 배치함으로써 인간의 본능과 자연을 조화시켜 향토적 서정성의 분위기를 부각시키면서 자연과 인간 사이에 들어있는 근원적 의미를 드러내 보여 준다. |
[핵심사항 정리] |
● 갈래 : 단편소설, 순수소설, 서정소설, 낭만소설 ● 배경 : 시간적 ― 1920년대 어느 여름날 낮에서 밤까지(달밤) 공간적 ―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의미하는 낭만적 공간(장터, 산길, 개울, 메밀꽃, 물레방앗간…) 사상적 ― 반사회적이고 반문명적인 자연친화사상 ●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 표현상 특징 ㉠ 간결한 대화와 사실적인 문체(묘사의 탁월함). ㉡ 시처럼 부드러운 서정적 분위기(운문과 산문의 장점을 조화). ㉢ 치밀한 구성(순차적 구성에 여러 개의 삽화 배치). ㉣ 암시와 추리의 기법(왼손잡이를 통해 혈연적 연기관계 암시). ㉤ '아버지 찾기'라는 원형을 지닌 작품. (예 : 동명왕 신화, 김동리의 <역마>, 장용학의 <원형의 전설>, 최인훈의 <광장> 등.) ● 주제 ⇒ 떠돌이 삶의 애환 속에 펼쳐지는 인간 본연의 정 젊은 날의 사랑과 유랑의 삶(과거) ⇒ 인간의 혈육에 대한 애정(현재) |
[생각해 볼 문제] |
1. '나귀'의 상징적 의미에 대해 말해 보자 ⇒ 허생원과 불가분의 관계를 지닌, 허생원 자신의 상징이자 정서적으로 융합된 소재 (장돌뱅이 20년을 함께 했고, 외모와 신세(처지)에 있어 유사성이 많은 것으로 설정됨.) 2. 허생원에게 있어 성씨 처녀의 존재 의미는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 ⇒ 마음 속에 자리한 영원한 구원의 여인이며, 허생원의 (정신적)삶을 윤택하게 해 주는 대상. 3. 이 소설에서는 자연과 인간의 아름다운 조화가 묘사된다. 이 때 조화를 이루는 요소 중 자연물 로는 무엇이 있는가 ? ⇒ 나귀, 달빛, 메밀꽃 4. 배경은 소설에 있어 주제의 강화, 인물의 내면 의식 암시, 분위기 창조, 상징적 기능 등 상당한 역할을 한다. 이 소설을 배경과 연관지어 특성을 말해 보자. ⇒ 달밤 : 서정적이며 감미롭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하며, 과거의 추억(성씨 처녀와의 인연이 있던 달밤의 물레방앗간)을 그리움과 애수로 환기시켜 주는 배경. 통해 육체적 교감을 강화하고, 개울에 빠진 허생원을 동이가 업음으로써 혈육의 정을 강하게 느끼게 되는 계기가 되는 배경. 산길 : 소설의 사건의 흐름과 일치하며, 장돌뱅이로서의 삶의 행로를 상징적으로 이미지화함. |
[더 알아 봅시다] |
■ "왼손잡이 유전" 여부에 대한 논쟁과 그 의미에 대해 알아보자. → 왼손잡이의 유전 가능성은 대체로 5% 내외라는 것이 정설이다. 어린 아이가 부모의 행동을 모방하는 습관에서 이루어졌을 오차를 인정하면, 그 가능성은 더욱 적어진다. 그러나, 우리가 접하고 있는 영역은 과학의 영역이 아니라 서정의 영역이며 문학의 영역이기에 이 곳에 시험관이나 멘델의 법칙을 끌어들일 수는 없는 것이다. 작가는 자연과학자가 아니기에 본의 아닌 과학적 오류를 작품 속에서 범할 수는 있는 것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로맨티스트라고 할 수 있는 허생원의 척박한 삶의 고리가 아들이라는 존재로 수렴되어가는 신비한 밤을 묘사한 작푸이기에), 허생원의 삶의 유일한 등불이었던 물레방아의 시간(과거)과 달과 메밀꽃과 콩포기와 나귀와 인간이 미묘한 생명력을 주고 받는 시간(현재)을 연결해주는 고리 역할로서의 "동이"의 존재를 인식해야겠다. 두 사람이 부자 관계가 아니라도 좋고, 동이의 어머니가 옛날 첫사랑의 여인이 아니어도 좋다. 그럴 수 있다는 가능성의 제시가 중요한 것이며, 확인이나 증명은 필요가 없다. 만일 부자지간이라는 것이 확인되거나 증명이 된다면, 그 다음 내용은 삶의 각박함만이 남게 된다. 가능성만이 존재할 때 가장 아름다운 것이다. 가능성이 실현되고 난 다음에는 다시 다른 것을 위해 고달프게 달려가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