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말 시월의 밤
바람부는 가을 길모퉁이에
너를 남겨두고
떠나는 밤기차의
비명이 자지러진다
시작이 없던 끝
고통은 황홀한 떨림으로
그림자도 남지 않는데.
언제부터였을까?
창 밖 거리에는
가난한 연인들의
스산한 발길이
가을 속으로 이어지고
버리고 떠난 공원 의자에
이유를 알 수 없는
아픔만이 아릿하게 묻어나고 있다.
100원 짜리 동전 하나로
함께 나누어 마시는
자판기의 커피 한 잔마저도
너의 입술이 닿았었기에
충분히 행복하던 때 있었다
바람에 쓸려가고 있는
포플러 낙엽 부서지는 소리에
손바닥으로 전해져 오는
체온이 더욱 그리운 날도 있었다.
아니다 이건 아니다
하여보지만
세기말 시월은 여지없이
부숴지고 있다.
떠나버린 밤기차의 흔적보다
더 처량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