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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말 시월의 밤

김동률의 시

by 그리운섬 2008. 1. 31.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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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기말 시월의 밤 바람부는 가을 길모퉁이에 너를 남겨두고 떠나는 밤기차의 비명이 자지러진다 시작이 없던 끝 고통은 황홀한 떨림으로 그림자도 남지 않는데. 언제부터였을까? 창 밖 거리에는 가난한 연인들의 스산한 발길이 가을 속으로 이어지고 버리고 떠난 공원 의자에 이유를 알 수 없는 아픔만이 아릿하게 묻어나고 있다.
    100원 짜리 동전 하나로 함께 나누어 마시는 자판기의 커피 한 잔마저도 너의 입술이 닿았었기에 충분히 행복하던 때 있었다 바람에 쓸려가고 있는 포플러 낙엽 부서지는 소리에 손바닥으로 전해져 오는 체온이 더욱 그리운 날도 있었다. 아니다 이건 아니다 하여보지만 세기말 시월은 여지없이 부숴지고 있다. 떠나버린 밤기차의 흔적보다 더 처량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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